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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호텔에서 일탈행위는 선의의 피해자를 낳기도 한다”

[송광호 기자가 만난 북녘땅 쥵] 북주민들은 금요일 하루는 노동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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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신문
기사입력 2020-10-14

 아니 어디 갔다 이제 오는 거요?” 호텔라운지에서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책임지도원이 소리쳤다. “그렇게 자유주의로 나가기요?”하며 와서 앉으라고 손짓한다. “(Bar)에서 만납시다.” 그들을 무시한 채 그대로 안쪽 바(Bar)로 향했다. 삿포로 깡통맥주를 들이키는데 책임지도원이 혼자와 다그친다.

▲ 북측 판문점에서 본 남쪽 평화의 집  © 통일신문

평양지역을 모르니 다니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이상한 행동 안했으니 걱정 말아요.”도대체 어디 갔었소?”

어디를 가면 얘기를 해 줘야지, 정말 어디 다녀 왔소?” “힘들게 돌아다닌 걸 일일이 어떻게 말합니까. 정말 아무 일 없어요. 술이나 한잔합시다.” 그는 내가 나타나자 일단 안심됐는지, 대답 안 할 것으로 판단했는지 그냥 가 버렸다.

안내원을 잘 만나는 것도 행운에 속한다

대부분 북 안내원들 따뜻하고 친절했다

긴장이 풀리며 피곤이 엄습했다. 밤 시간이 늦었다. “접대원동무. 지금 술값은 외상이요. 내일 계산합시다.” 3층 호텔방으로 돌아와 웃옷만 벗은 채 누웠다. 내 일탈행위로 선의의 피해자가 없기를 바랐다.

다음날 안내원은 아무 일없었다는 듯 대해줬다. 내 행적을 그는 알아냈으리라. 개성 고아출신이라는 연상의 이 R책임지도원을 만난 게 여러모로 다행이었다. 40대 중반인 그는 일반안내원들보다 상위직급이었고, 방북자들 요구는 웬만하면 들어주려 애썼다. 진정한 성의가 있었다. 안내원을 잘 만나는 것도 행운에 속한다. 대부분 북 안내원들은 따뜻하고 친절했다.

그러나 드문 경우지만 질 안 좋은 안내원이나 참사(간부)도 있었다. 해외가족 만날 때 동행한 한 안내원은 기분이 왜 상했는지, 북 주민(가족)을 겁박하는 경우를 본적이 있다. 안내원은 만남현장에서 못마땅한 표정으로 북 가족에게 금요 로동은 끝내고 왔소?”하고 퉁명스레 물었기 때문이다. 자못 시비조였다.

(북 주민들은 1주에 한번 토요일 학습시간을, 금요일 하루는 노동시간을 갖는다. 일명 토요학습과 금요노동이다.) 오랜만에 해외가족들이 만나는 반가운 자리에 왜 그가 심술을 부렸는지 모른다.

그로인해 북 주민에게 금요로동이 존재함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안내원은 해외가족이 미리 팁?을 안줘 그랬나? 이러한 사람이 해외영접 국에 끼어있다는 사실이 도통 이해 안됐다. 남북한 어느 조직사회든 결코 도움 안 되는 인물로 여겨진다.

. 금요로동 잘 끝냈습니다.”하고 비쩍 마른 노인은 훌쩍대기 시작했다. 노인은 또 왜 눈물을 쏟았는지 알 수 없다. (한편 이산가족 만날 때 당사자 가족 외엔 친구나 지인은 원칙적으로 동행시키지 않는다.) 태권도담당 간부급 C참사도 인간성이 별로였다. 무척 거만스럽고 일반 안내원들 위에 군림해 간부 티를 냈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상관에겐 아첨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많은 법이다.

의심 많고 부정직한 사람이 간부로

존재함은 해외동포든 누구에게든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당시 북 조직을 잘 아는 한 미주교포는 ‘C참사는 중앙당에 속해 있다고 귀띔했다. 이런 건 상관없다. 문제는 그가 거짓을 일삼고 사건을 조작하기 때문이다.

하루는 아침식사 전 일찍 누가 호텔방을 두들겼다. 문을 여니 굳은 표정의 C참사였다.

송 형! 새벽에 어디를 다녀왔소?”

? 내가 어딜 다녀와?” 왜 아침식전 찾아와 엉뚱한 얘기를 묻는지 황당했다. 자주 방북하니 요주의인물로 찍혀있나. 고의든 아니든 한번 찔러보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남이나 북이나 사람 사는 세계엔 별의별 인간이 있다지만 C참사 같은 사람은 드물다.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 같지도 않았다. 헌데도 그는 해외관련부서에 10년 이상 참사 직으로 포진돼 있었다. 의심 많고 부정직한 사람이 북 간부로 오래 존재함은 해외동포든 누구에게든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또 나보다 몇 살 어린데도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아무한테나 소리를 남발했다. 아마 자기 딴에는 일반적 선생호칭보다 친근감을 나타내려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까운 사이도 아닌 연상의 상대방에겐 듣기 거북했고,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었다.

언젠가 평양국제태권도취재 후 원산과 금강산 재방문을 신청 했을 때다. 이를 알고 C참사가 동행하겠다고 내 의향을 물은 적이 있다. 차라리 묻지 않고 끼어들면 되지 않겠나. 신청당시 나는 안내원과 함께 가기로 약속을 해둔 터였다.

아니오. C참사 동지는 직위가 높으니 금강산 갈 다른 기회가 많겠지요? 나는 안내원과 미리 약속을 했으니 양보해 줘야 합니다.”하고 고집을 꺾지 않았다. 그때 일을 잊지 않고 무슨 앙심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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