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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통일 지우기...혼란스러운 북한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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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규 논설위원
기사입력 2024-03-04 [15:26]

북한이 최근 남한을 '적대적 교전국'으로 규정했다. 이후 평화 통일과 관련된 용어는 물론 상징물도 사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실제로 북한에서는 각종 방송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서 통일을 상징하는 이미지가 발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의 현판도 철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달 시정 연설에서 '평화 통일'과 관련된 용어나, 상징물을 쓰지 말라고 지시했다. '삼천리 금수강산''8천만 겨레', '우리 민족끼리', '동족' 등의 표현이 구체적으로 금지 대상으로 적시됐다. 방송에서는 산업 미술을 소개하면서 상표 도안과 관련된 '삼천리'라는 회사를 등장시켰다. 그런데 나흘 뒤 방송에서는 인터뷰 배경과 의상에 부착된 '삼천리' 관련 이미지를 모두 삭제했다.

 

출판과 무역 등과 관련된 북한 웹사이트에서도 붉게 칠한 한반도 지도가 한꺼번에 사라지기도 했다. 5,000년간 민족의 터전인 한반도를 의미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지우는 것이다주북 러시아 대사관 SNS엔 기존의 '통일역'에서 '통일'을 지우고 ''으로만 표시된 평양 지하철 노선도가 등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2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북관계를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한국과의 통일은 성사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지난 115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선 한국을 1의 적대국으로 명기했다. ‘평화통일민족대단결등 표현을 삭제하는 헌법 개정 의지를 분명히 했다.

 

북한은 이런 남북관계 전환 선언 이후 통일또는 민족을 지향하는 상징체계들을 하나 둘 지워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수도 평양의 남쪽 관문에 꼴불견으로 서 있다고 언급한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을 철거했다.

북한 국가인 애국가의 가사를 일부 변경하면서 한반도 전체를 뜻하는 삼천리라는 단어를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통일에 대한 공포증 즉 포비아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통일 지우기'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훨씬 세부적인 부분에도 손을 대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현실적으로 굉장히 의아해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고등교육을 받은 엘리트층에서 동요가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의 엘리트층은 이른바 미 제국주의로부터의 남조선 해방혁명을 당과 국가의 존립 근거로 삼아 왔다. 이들에게 통일과 민족을 배제한 대남정책 전환은 심리적 공황상태를 부를 수 있다. 김 위원장이 이런 무리수를 두는 이유로 경제력은 물론 문화적 영향력 면에서 자신들을 압도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극도의 경계심 때문으로 분석된다.

 

전에는 북조선의 가장 큰 위협은 미국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미국이 아니고 남조선이다. 한국의 가장 큰 위협은 소프트 파워에서 오는 것이다. 개별적이고 산발적이고 문화적인 저항들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민족통일은 북한 주민들에게 온갖 어려움도 이겨내야 하는 궁극적인 과제로 제시됐고 북한체제를 결속시키는 시멘트 같은 기능을 해왔다. 북한 청년들이 인민군에 입대할 때 통일의 인민군이 되어라가 최고의 찬사다. 즉 모든 어려움도 통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통일만 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논리다.

 

 북한 주민들에게 통일은 아직도 뜨거운 담론이다. 북한은 김 위원장의 발언 이후 대규모 궐기대회나 말씀관철대회, 관영매체들의 관련 해설 등 당국 차원의 선전선동 움직임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유사시 한국에 대한 영토 평정 등 무력통일을 시사하는 언급을 했다. 북한의 최근 조치들이 한국을 완전한 타국으로 만드는 거대한 내부 선전 작업의 일환인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한국 내 탈북민들은 김 위원장의 통일과 민족을 부정한 발언과 후속 조치들을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적지 않은 혼란을 겪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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